배리어프리 필라테스 센터를 처음 오픈하던 2021년, 기대감과 설렘으로 가득했지만 동시에 수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수업 운영과 관련된 문제들은 비교적 예측 가능한 영역이었습니다.
뇌병변, 저신장, 소아마비 등 다양한 장애를 가진 회원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각자에 맞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지만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제게 진정한 도전은 수업 내부가 아닌, 센터 밖에서 들려오는 잡음과 반응이었습니다.
이렇게 완벽한 장애인 편의시설에 걸맞지 않는 시민의식으로 힘들었던 시간들. ©이디다
제가 처음 배리어프리 필라테스를 시작했을 때,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필라테스 센터에 출입한다는 것은 이 업계에서는 거의 전례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런 모습이 익숙지 않았던 주변 사람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저기는 대체 뭐 하는 곳이냐”는 말이 들려오거나, 다른 필라테스 센터 원장이 “장애인 사업은 아무나 못 한다. 그만두는 게 낫다”는 충고 아닌 충고를 하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위치하고 있는 건물은 정말 완벽한 배리어프리 시설이었다. ©이디다
또한 휠체어 사용자들이 센터를 드나들며 건물 복도가 협소해졌다는 불만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런 불만들은 어떻게 보면 예상 가능한 일이었기에 견딜 수 있었습니다. 제가 시작한 일이었고, 대표로서 감내해야 할 몫이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게 가장 큰 좌절감을 안겨준 것은 장애인 고객들을 향한 조용하고 은근한 차별이었습니다.
장애인화장실은 그들이 아닌 입주민들에 의해 쓰레기통처럼 사용되었고, 이를 이유로 화장실 변기가 테이프로 봉인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장애인 콜택시에서 고객이 하차할 때도 “아이들이 승하차 하는데 위험하다”는 이유로 불만이 제기되곤 했습니다.
이러한 일들은 단순히 센터 운영자의 입장에서 참아내야 할 문제를 넘어, 장애인 고객들의 존엄성과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었습니다.
사업 초 변기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겨서인지 종종 장애인화장실을 확인해보는 습관이 생겼다. ©이디다
그 당시, 작은 15평 공간을 지키기 위해 저는 제 자리에서 묵묵히 싸웠습니다. 우리 공간은 복지시설이 아님을, 장애인은 복지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끊임없이 알렸습니다. 그들 역시 일상을 즐기고, 건강을 위해 운동하는 사람들이라는 메시지를 명확히 전했습니다.
장애인과 함께 운동하기를 꺼리는 비장애인 회원들에게는 돌려 말하지 않았습니다. “언제부터 남들의 운동에 그렇게 관심이 많으셨나요? 그들도 그저 사람일 뿐입니다.”라는 직설적인 대답으로 편견을 마주했습니다.
심지어 장애인 고객들에게도 분명히 말해야 할 때가 있었습니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특별한 대우나 배려를 기대하는 분들에게는 “이곳은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아닙니다”라고 단호히 거절했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때로 오해와 비난을 불러일으켰고, 그 시절 저는 정말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방황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한 해, 두 해가 지나고, 이제는 곧 2025년 1월 2일, 이 공간이 만 4년을 맞이하며 해수로 5년째가 됩니다. 그 사이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이렇게 넓은 복도가 휠체어로 인해 좁아졌다던 컨플레인들. 그래도 잘 극복하니 그 역시도 추억이다. ©이디다
이제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센터에 들어오는 모습도, 비장애인 회원과 함께 운동하는 모습도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습니다. 장애인 콜택시에서 하차하는 모습을 불편해하던 경비원들도 이제는 고객이 안전하게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뿐 아니라, 휠체어를 타고 산책을 즐기는 시니어 주민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를 볼 때마다 ‘이것이 진정 자연스러운 장애에 대한 열린 마음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종종 사람들은 저에게 말합니다. “좋은 일을 하시네요” 혹은 “참 어려운 일을 하시네요.” 하지만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둘 다 아닙니다. 저는 그저 제 일을 할 뿐입니다.”
다가오는 2025년에도 저는 이 작은 공간을 묵묵히 지키며, 배리어프리 필라테스의 수호자로서 서울 용산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 공간이 단지 운동을 위한 장소를 넘어, 사람들의 인식과 사회적 변화를 이끄는 작은 씨앗이 되기를 바라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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