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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이 운동할 때, 강사와 원활하게 소통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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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뉴스 이디다 칼럼니스트】 “운동을 배우고 싶은데, 강사님 말이 잘 안 들리면 어떡하죠?” 청각장애인 회원들이 운동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꺼내는 질문입니다.

 저는 현장에서 이런 순간을 자주 만납니다. 새로운 회원이 조심스레 스튜디오 문을 열고 들어와 “혹시 제가 수업을 따라갈 수 있을까요?”라고 물을 때, 그 눈빛에는 설렘과 동시에 두려움이 담겨 있습니다. 소리로만 전달되는 지시를 놓칠까 불안하고, 다른 회원들에게 뒤처질까 걱정이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청각장애가 있다고 해서 운동을 즐기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조금 다른 방식의 소통만 마련된다면, 운동은 누구에게나 안전하고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바로 이것입니다. 운동을 가로막는 건 몸이 아니라, 소통의 장벽이라는 것.


첫 만남, “저는 이렇게 소통해요”

 운동을 처음 시작하는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청각 특성을 강사에게 알려주는 일입니다. 저는 늘 회원분들에게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처음부터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그래야 수업이 훨씬 편해져요.”

 예를 들어, 한 회원은 “저는 소리를 거의 듣지 못하지만 입 모양을 보면 이해할 수 있어요.”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분은 “중요한 건 글로 보여주시면 좋아요.”라고 부탁하셨죠. 이런 간단한 한마디가 강사에게는 큰 지침이 됩니다. 강사는 수업 방식을 즉시 조정할 수 있고, 회원은 ‘내가 존중받고 있다’는 안정감을 얻습니다.

눈으로 보는 정보, 몸으로 느끼는 안내

 청각장애인의 운동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시각화’입니다. 즉, 소리가 아닌 눈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입니다.

- 강사가 먼저 시범을 보여주고 따라 하게 하기

- 손짓이나 제스처로 시작, 멈춤, 속도 조절을 표시하기

- 그림이나 사진으로 동작을 미리 제시하기

 - 화이트보드에 간단히 적어 전달하기

 저는 실제 수업에서 핸드폰의 음성 자막 변환 기능을 활용합니다. 눈으로 보는 정보가 곧 안전망이 되는 것입니다.

수업의 리듬, 3단계로 나누기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수업의 흐름을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저는 이를 ‘시작–중간–마무리’ 3단계 소통법이라고 부릅니다.

1. 시작 전: 오늘 어떤 동작을 할지, 순서를 미리 안내

 2. 중간: 강도가 바뀌거나 새로운 동작이 나올 때, 잠깐 멈추고 시범 확인

 3. 마무리: 오늘 운동 요약과 다음 시간 준비 안내

이 구조만 갖춰도 회원은 ‘중간에 놓쳤다’는 불안감을 줄이고, 온전히 운동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 청각장애인 회원은 “이제는 다음 수업이 기다려진다”고 말했습니다. 리듬을 알게 되니 수업이 즐겁고, 자신감도 커진 것이죠.

안전을 위한 약속, 작은 신호의 힘

 청각장애인은 비상 상황에서 경고음을 들을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안전 신호를 사전에 합의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 멈춤: 손바닥을 앞으로 내밀기

 - 속도 줄이기: 손을 아래로 내리기

 - 도움 요청: 어깨를 두드리기

이런 단순한 신호는 생명을 지킬 수 있습니다. 필라테스 매트 위에서뿐 아니라, 헬스 기구를 사용할 때, 수영장에서, 야외 활동에서도 중요한 안전망이 됩니다. 실제로 어떤 회원은 이 신호 덕분에 넘어질 뻔한 상황에서 강사가 즉시 반응해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디지털 도구와 새로운 가능성

오늘날에는 기술이 소통을 훨씬 쉽게 만들어줍니다. 스마트폰 메모, 채팅 앱, 자막이 지원되는 영상 수업, 심지어 음성을 즉시 자막으로 변환하는 앱까지 있습니다.

저는 강사와 회원이 수업 전에 간단한 채팅으로 ‘오늘의 동작’을 공유하는 방식을 자주 씁니다. 회원은 시범 동작을 보기 전부터 머릿속으로 준비할 수 있고, 강사도 설명이 한결 수월해집니다.

강사와 회원, 치료자가 아닌 파트너로

 많은 강사들이 청각장애인을 처음 만났을 때 긴장합니다. “내 말이 잘 전달될까?”, “혹시 놓치면 어쩌지?” 하는 불안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때 필요한 건 완벽한 방법이 아니라 서로 배우려는 태도입니다.

 회원이 “저는 빠른 말보다 짧고 또박또박한 설명이 좋아요.”라고 알려주면, 강사는 즉시 적용할 수 있습니다. 그 순간 강사와 회원은 치료자와 대상자가 아니라, 운동을 함께 만들어가는 동료가 됩니다.

마치며

 청각장애가 있다고 해서 운동이 불편하거나 위험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운동은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행위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하나의 대화이자 사회적 경험입니다.

 강사와 회원이 눈빛, 몸짓, 글자로 소통하며 함께한다면, 소리 없는 수업에서도 웃음과 성취가 가득한 운동 시간이 펼쳐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경험은 개인을 넘어, “누구나 운동할 권리가 있다”는 사회적 메시지로 확산될 것입니다.

 오늘, 운동을 시작하려는 청각장애인에게 제가 전하고 싶은 말은 단 하나입니다. “당신의 방식대로 소통하면, 운동은 반드시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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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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