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은 단순히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을 넘어, 세상과 소통하고 학습하며 자율적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핵심 역량이다. 특히 장애학생에게 문해력은 자립과 사회참여의 중요한 기반이 된다. 그러나 우리 교육 현실 속에서 장애학생의 문해력 문제는 여전히 체계적으로 다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법과 제도는 통합교육과 포용교육을 외치지만, 실제 교실과 교육 과정 속에서 장애학생의 문해력 향상을 위한 실질적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장애학생의 문해력은 장애 유형과 정도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지적장애나 자폐성 장애를 가진 학생은 문자 해독 능력뿐만 아니라 언어의 의미 파악, 맥락 이해, 상호작용적 의사소통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청각장애 학생은 구어 기반의 문자교육에서 소외되기 쉽고, 시각장애 학생은 점자나 음성 기반 문해 기술이 별도로 필요하다. 이처럼 문해력의 발달은 단일한 경로가 아니라, 장애 특성과 개인의 학습 조건에 따라 달라지므로 개별화된 접근이 반드시 요구된다.
하지만 현실은 이것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장애학생을 위한 개별화 교육계획(IEP)에서 문해력 향상 목표는 형식적으로 설정되거나, 구체적인 교육 내용과 방법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또한 교과서와 수업 자료는 여전히 비장애학생 중심으로 제작되어 있어, 장애학생이 자율적으로 읽고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다. 일부 교사는 장애학생의 문해 수준을 ‘어쩔 수 없는 한계’로 간주하고, 충분한 지도를 포기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는 장애학생의 학습권과 정보접근권 침해로 이어진다. 문해력이 낮으면 수업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고, 평가에서 지속적으로 낮은 성적을 받으며, 이것은 곧 자존감 저하와 학습 동기 상실로 연결된다. 나아가 성인이 된 이후에도 복지서비스 이용 신청, 취업 준비, 대중교통 이용 등 일상생활 전반에서 정보 이해와 활용에 큰 제약을 받는다. 결국 문해력 부족은 장애학생의 삶 전반을 제한하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되는 셈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문해력 중심의 기초학력 지원 정책이 장애학생에게 실질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현재 교육부의 기초학력 보장 정책은 대부분 일반학생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으며, 장애학생은 특수교육의 영역으로 분리되어 별도 접근되고 있다. 그러나 문해력은 모든 학생의 기본권이자 공통 교육 목표이므로, 장애학생을 일반 정책 안에서 통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둘째, 유형별 맞춤형 문해교육 콘텐츠와 교수법이 개발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시각장애 학생을 위한 점자 기반 읽기 자료, 청각장애 학생을 위한 수어 연계 텍스트, 발달장애 학생을 위한 시각화된 의사소통 도구와 그림책 등 다양한 형태의 문해자료가 필요하다. 또한 특수교사뿐 아니라 일반교사도 문해교육에 대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셋째, 학교 도서관과 지역사회 기관이 장애학생의 문해력 향상을 위한 환경을 함께 조성해야 한다. 음성도서, 큰글자 책, 이지 리딩북 등 접근 가능한 자료를 확충하고, 독서지도사, 언어치료사, 보조인력 등이 함께 참여하는 통합적 문해지원 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역사회 평생학습 체계와 연계된 장기적 지원이 중요하다.
문해력은 단지 교육 초기의 기초학습 문제로만 그치지 않는다. 이것은 평생을 좌우하는 능력이자,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데 있어 필수적 권리이다. 장애학생이 교실에서 자신 있게 읽고, 쓸 수 있는 환경은 그 자체로 학교의 포용성을 말해주는 지표다. 이제는 장애학생의 문해력 문제를 더 이상 특수교육 내부의 과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교육 정의와 평등을 위한 핵심 의제로 다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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