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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기본법 시행, 장애인에게는 ‘접근권’이 곧 신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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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뉴스 김경식 칼럼니스트】최근 시행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이하 AI기본법)은 AI의 건전한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을 통해 국민의 권익과 존엄성을 보호하고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문제는 ‘신뢰’가 누구에게나 같은 의미로 작동하느냐이다. 장애인에게 AI는 신기술이기 전에 일상의 문턱이다. 상담, 민원, 금융, 고용, 교육, 의료 등 생활 영역에서 AI가 개입할수록, 접근이 보장되면 권리의 통로가 되지만 접근이 막히면 배제의 장치가 된다.

이 점에서 접근성은 ‘배려’가 아니라 국제규범이 말하는 권리 실현의 조건이다. UN 장애인권리협약(CRPD) 제9조는 장애인이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정보·의사소통(정보통신기술 포함)과 공중에 제공되는 시설·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당사국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규정한다.

시행과 동시에 떠오르는 우려: “유예”의 시간이 누구에게는 권리 공백이 된다

AI기본법의 시행을 둘러싼 정부 설명에는 최소 1년 이상 규제 유예가 포함돼 있다. 언론 보도에서도 시행령 위반에 따른 과태료 부과에 유예기간이 주어진다는 내용이 소개돼 왔다.

여기서 우려는 명확하다. 기업의 준비를 돕는 유예가 필요하더라도, 접근성이 결여된 서비스가 공공·민간에 확산되는 기간은 장애인에게 권리 공백의 시간표가 될 수 있다.

접근성 결함은 “적응하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정보·의사소통과 공공서비스 이용 자체를 가로막는 장벽이기 때문이다.

‘고영향 AI’와 책임 주체의 빈틈: 규제가 닿지 않는 곳에서 약자가 먼저 다친다

또 다른 쟁점은 고영향 AI의 범위와 책임 주체 설계다. 고영향 AI 규정이 최소화되거나 모호하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고, 특히 AI를 “사용”해 채용·대출·진료 같은 결정을 수행하는 기관들이 법적 책무에서 비켜날 수 있다는 지적이 보도된 바 있다.

이 지점에서도 장애인 당사자의 의견은 단순하다. ‘개발자/제공자’만을 중심으로 의무가 설계되고, 실제로 시민의 삶을 가르는 결정을 수행하는 조직이 책임의 바깥에 남으면, 차별·배제의 결과는 쉽게 “시스템의 문제”로 흩어지고 피해자는 설명과 구제에 더 접근하기 어려워진다.

사회복지적 함의: “동등한 시민”은 접근 가능한 사회에서만 성립한다

AI기본법을 사회복지의 언어로 다시 읽을 필요가 있다. 사회복지는 취약한 사람을 ‘보호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권리를 가진 시민으로 대우받는 조건을 묻는다. 대한민국 헌법은 법 앞의 평등(제11조)과,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및 국가의 사회보장·사회복지 증진 의무(제34조)를 명시한다. 특히 제34조는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에 대한 국가의 보호를 규정해, 복지가 단순 시혜가 아니라 국가의 책무임을 분명히 한다.

이때 ‘동등한 시민’은 추상적 구호가 아니라 제도적 조건이다. 사회권(사회적 시민권) 논의에서 T.H. 마셜은 시민권이 시민에게 경제적 복지와 안전, 그리고 사회가 공유하는 유산을 함께 누릴 권리와 연결된다는 점을 정리해 왔다(사회적 시민권 개념).

AI가 공공서비스·노동시장·금융·교육의 “입구”가 되는 사회에서, 접근 가능한 AI는 사실상 사회권의 새로운 인프라가 된다. 반대로 접근 불가능한 AI는, 헌법이 말하는 평등과 사회복지의 책무를 기술의 형태로 우회·약화시키는 통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AI기본법의 ‘신뢰’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권리의 평등한 접근에서 검증돼야 한다(의견). 시행 이후 점검의 기준은 단순히 “산업 혼란을 줄였는가”가 아니라, 장애인을 포함한 시민이 AI 기반 서비스에 동등하게 접근하고, 불이익을 받았을 때 설명과 구제에 접근할 수 있는가가 되어야 한다.

AI기본법 시행은 또 다른 출발선이다. 이제 남는 질문은 하나다. 이 법이 말하는 ‘신뢰’가, 장애인에게도 동등한 시민으로서의 일상으로 체감되게 만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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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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