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어프리의 오해와 운영 설계의 부재
【에이블뉴스 이디다 칼럼니스트】최근 몇 년 사이 ‘배리어프리’라는 단어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공공시설과 민간 시설 모두 경사로, 엘리베이터, 장애인 화장실 등을 갖추며 물리적 접근성 개선에 힘써왔다. 겉으로 보기에는 많은 공간이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장애인을 직접 만나며 프로그램을 운영해보면, 시설의 존재와 실제 이용 가능성 사이에는 여전히 큰 간극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문제는 시설이 없는 것이 아니라, 있어도 사용할 수 없는 구조에 있다.
접근 가능함과 사용 가능함의 차이
배리어프리 운동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가장 자주 들은 질문은 이것이다. “시설은 다 되어 있는데, 왜 수업이 어렵다는 건가요?” 이 질문은 합리적으로 들린다. 그러나 그 질문에는 중요한 전제가 빠져 있다. 접근 가능함(accessibility)과 사용 가능함(usability)은 동일하지 않다는 점이다.
휠체어 사용자가 건물 입구를 통과하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운동 공간까지 도달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기구 사이 간격이 충분하지 않아 수업 동선에 진입하지 못하거나, 탈의실 구조상 보호자가 동행하지 않으면 이용이 불가능한 상황은 여전히 발생한다. 공간은 기준을 충족했지만, 사용 시나리오는 고려되지 않은 것이다.
배리어는 공간이 아니라 운영에서 생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운영의 영역에서 드러난다. 장애인이 수업에 참여할 경우 기본 동선은 어떻게 설정하는가. 보조 인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역할과 책임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낙상 위험이나 돌발 상황에 대한 내부 프로토콜은 존재하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합의된 기준이 없다면, 현장의 판단은 결국 ‘그때그때’로 이루어진다. 실제 현장에서 종종 이런 말을 듣는다. “혹시 다치시면 저희가 책임져야 해서요.”
이 문장은 악의가 아니다. 안전을 우선시하겠다는 의도일 수 있다. 그러나 명확한 운영 기준이 부재한 상황에서 안전은 참여를 제한하는 가장 쉬운 이유가 된다. 그리고 그 즉흥적 판단은 대개 가장 안전해 보이는 선택, 즉 거절로 귀결된다.
어느 날은 이런 말도 들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문제는 거절의 태도가 아니라, 준비되지 않은 시스템이다. 개인의 선의나 용기로 해결될 수 없는 영역에서, 구조적 공백은 반복된다.
‘특별 요청’이 되어버린 기본 조건
현장에서 장애인은 종종 기본 조건을 ‘요청’의 형태로 제시해야 한다.
“사람이 조금 적은 시간대로 가능할까요?”
“동작을 조금만 다르게 해도 괜찮을까요?”
그러나 이는 특별한 배려가 아니라 이용을 위한 최소 조건에 가깝다. 동선의 여유, 동작의 조정, 설명 속도의 변화는 특정 개인을 위한 예외가 아니라 다양한 몸이 함께하기 위한 기본값에 가깝다.
그럼에도 이러한 조건이 매번 사전 양해의 형태로 제시될 때, 이용자는 공간의 주체가 아니라 ‘조정 대상’으로 위치 지워진다. 기본값이 아닌 예외로 설정되는 순간, 참여는 언제든 철회될 수 있는 불안정한 상태가 된다.
동일함은 중립이 아니다
많은 운영자들은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동일함은 중립을 의미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운동시설은 비장애 성인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다. 평균 신체 조건에 맞춘 기구 높이, 빠른 이해와 즉각적 반응을 전제로 한 설명 방식, 혼자 이동하고 준비할 수 있다는 가정이 기본값이 된다.
이 기준은 악의가 없어도 특정 몸을 전제로 한다. 그 전제에서 벗어난 사람은 조정의 대상이 되고, 조정은 언제나 추가적인 협의와 부담을 동반한다. 동일한 기준이 오히려 배제의 구조를 고착화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배리어프리는 공사가 아니라 시스템이다
결국 배리어프리는 공사의 문제가 아니라 운영 설계의 문제다. 경사로를 설치하는 일은 시작에 불과하다. 그 공간에서 어떤 기준으로 참여를 허용하고, 어떤 절차로 위험을 관리하며, 어느 범위까지 조정을 기본값으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배리어프리는 구조물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특히 운동 및 체육 영역은 안전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더욱 명확한 기준이 요구된다. 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존 프로그램 안에서 어떻게 참여를 확장할 것인지, 강사와 직원들이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권한을 갖는지, 사고 발생 시 책임 구조는 어떻게 설계되는지까지 포함되어야 한다.
배리어프리를 논의할 때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이 공간은 실제로 사용 가능한가. 운영자는 그 과정을 체계적으로 설계해두었는가.
시설은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운영 방식은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 메시지가 환대인지, 배제인지는 물리적 구조보다 운영의 기준이 결정한다. 배리어프리의 다음 단계는 눈에 보이는 설비를 넘어, 보이지 않는 기준을 설계하는 일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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