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자유롭게 글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자유로운 만큼 더욱 더 예절을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조직 중심’의 권익옹호에서, ‘사람 중심’의 권익옹호로

모바일 App 사용자에게는 실시간 전송!

장애인 자립생활운동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제도와 법을 만들어내고 바꾸는 데 중요한 성과를 이뤄냈다. 활동보조서비스, 장애등급제 폐지, 탈시설 정책 등은 모두 이러한 정치적 권익옹호 활동의 결과였다. 이처럼 제도와 법을 만드는 과정은 장애인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의미 있는 변화였지만, 그 성과가 실제로 누구에게 갔는지 돌아보면 뼈아픈 한계가 있다.

바로 이러한 운동이 ‘장애인을 위한’ 권익옹호임에도 불구하고, 실상은 해당 제도와 서비스 전달체계에 참여하는 기관과 조직에 더 많은 예산과 권한이 돌아가는 구조, 즉 ‘조직 중심’의 권익옹호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제도가 만들어지고 전달체계가 구성되면, 결국 그 구조 속에서 생존하고 성장하는 것은 기관이고, 권익은 점점 더 조직화되고 행정화된다.

더욱이 이러한 권익옹호는 종종 정치적 입장이 유사한 조직들 간의 이합집산, 그리고 일부 리더십 중심의 영향력 행사로 이어지면서, 마치 정치적 리더십을 갖는 것이 곧 장애인의 임파워먼트인 것처럼 일반화되곤 한다. 그러나 이런 권익옹호 방식은, 정치적 언로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뇌성마비인, 발달장애인, 정신장애인에게는 구조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방식이다. 이러한 점에서 지금의 조직 중심, 정치 중심 권익옹호 방식은 한계가 명확하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권익옹호의 패러다임을 제안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사람 중심’의 권익옹호다. 이 방식은 제도 변화나 조직의 성장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장애가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지역사회에서 자신의 삶을 주도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지지하는 데 중심을 둔다. 예를 들어, 일본이나 유럽에서 진행되고 있는 ‘치매 친화적인 마을 만들기’처럼, 지원셔클(support circle)을 중심으로 장애인 친화적인 마을을 함께 만들어가는 방식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는 제도 바깥에서도, 일상의 관계 속에서도 가능하며, 무엇보다 장애인이 주체가 되는 방식이다.

둘째, 사람 중심 권익옹호는 기존의 ‘기관 중심 예산’ 배분 방식을 비판적으로 성찰한다. 그동안 우리는 제도를 요구하고, 그것이 만들어지면 그 틀 안으로 들어가고자 애써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예산은 기관에, 권한도 기관에 집중되었고, 정작 장애인 개인에게 가는 ‘직접적인 돈’은 늘 부족했다. 우리는 이제 장애인 개인에게 직접적으로 지원되는 자원, 예산, 돈을 더 많이 만드는 운동에 집중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급여나 복지급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장애인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필요한 지원을 직접 고용하거나 설계할 수 있도록 하는 자원의 분배 방식을 의미한다.

한국의 장애인 자립생활 운동은 20여년이 흘렸다. 이제는 거시적인 정책 변화와 함께 장애가 있는 개인의 삶을 중심에 두고, 제도 바깥에서도 실질적인 지지와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사람 중심의 권익옹호를 함께 고민할 때다. 이 질문이야말로, 우리 운동이 다시 살아 숨 쉴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 글은 한국자립생활연구소 안형진 박사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

목록으로
오늘 0 / 전체 133
no. 제목 작성자 조회수 작성일
공지

2023. 02. 20 노래자랑 대회

관리자30982023년 2월 22일
187

장애인 도우미요? “장애인활동지원사”입니다

관리자1012025년 7월 29일
186

김태효 의원, “보조인력 지원·위원회 참여 확대”…장애인·여성 기업인 환경 개선

관리자902025년 7월 29일
185

경기도, 공공기관 장애인 청년 인턴십 신설…31명 모집

관리자982025년 7월 28일
184

활동지원 매칭, 왜 제도는 멈췄고 당사자는 당근마켓을 열어야 했나?

관리자1082025년 7월 25일
183

‘조직 중심’의 권익옹호에서, ‘사람 중심’의 권익옹호로

관리자1162025년 7월 24일
182

장애인 등 사용 가능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전국 복지 현장 도입

관리자1182025년 7월 23일
181

교통사고 대책 없는 서울 '바우처택시'

관리자1122025년 7월 23일
180

생활 스포츠, 장애인 스포츠 그리고 배리어프리 스포츠

관리자1102025년 7월 22일
179

장애인고용공단, 2030세대와 ‘청렴한 조직’ 방안 모색

관리자1272025년 7월 21일
178

정은경 복지부장관 후보자,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 중요한 이슈”

관리자1292025년 7월 21일
177

민생회복 소비쿠폰 안 image

관리자1342025년 7월 18일
176

2025년 경기 기후보험 안내 image

관리자1402025년 7월 17일
175

태풍 호우 국민행동요령 안내 image

관리자1322025년 7월 17일
174

결정은 밥값을 했어도 결과는 밥값을 못한 2026 최저임금 결정

관리자1302025년 7월 14일
173

"비장애형제자매의 무게, 혼자 견디지 않도록"

관리자1302025년 7월 14일
172

내년도 최저임금 시간당 1만320원, 月 215만6880원

관리자1422025년 7월 11일
171

한자연, 최혜영 전 의원 국무총리 공보실장 인선 환영

관리자1382025년 7월 8일
170

자립생활 안에서 동료지원 개념 다시 정립하기

관리자1422025년 7월 7일
169

한자연, 복지부 향해 “IL센터 법제화 껍데기 뿐” 예산 확보 촉구

관리자1692025년 7월 4일
168

전장연 ‘활동지원 구간 상향’ 투쟁, 대부분 올랐지만 부족하다 image

관리자1582025년 7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