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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 장애인 시대, 장애인 대상 프로그램은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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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을 대상으로 운영해 온 복지관과 장애인단체의 프로그램은 오랫동안 아동기와 청년기, 혹은 사회 초년기에 있는 장애인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왔다. 직업 재활, 사회성 향상, 학습 보조, 문화 활동 등은 이들의 삶을 사회와 연결하는 주요한 통로였다. 그러나 세월은 흘렀고, 한때 청년이었던 참여자들이 이제는 차츰 노년층에 접어들고 있다. 중장년기를 지나 은퇴와 노화의 길목에 선 장애인들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욕구와 과제를 안고 복지관과 단체를 찾고 있다. 그럼에도 프로그램의 구조는 여전히 ‘청년기 중심’의 시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 복지관과 단체들은 새로운 질문 앞에 서야 한다. “나이 들어가는 장애인에게 필요한 교육과 지원은 무엇인가, 그리고 사회는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노년 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고민할 때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할 것은 생애주기의 전환이다. 복지관과 단체가 청년 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했다면, 이제는 노년기에 맞는 ‘삶의 유지와 존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신체적 기능이 저하되고, 기존의 사회적 관계망이 약해지며, 고립감이 심화되는 노년기에는 직업 훈련보다 건강 관리, 여가, 심리적 안정, 사회적 소속감이 더 중요해진다. 따라서 기존 프로그램의 틀을 그대로 유지한 채 연령만 높여 적용하는 방식은 의미가 없다. 치매 예방이나 낙상 방지 같은 노화에 따른 기본적 교육, 디지털 격차를 줄이는 생활 기술 교육, 나아가 죽음을 준비하는 삶의 설계 교육까지 고려해야 한다. 복지관의 프로그램은 이제 장애인의 ‘노년의 일상’을 중심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건강과 재활을 동시에 포괄하는 접근 역시 시급하다. 노년 장애인은 이미 장애로 인해 신체적 제약을 경험하고 있는데, 여기에 노화가 겹치면서 이중의 약화를 겪는다. 관절이나 근육이 급격히 쇠퇴하고, 낙상이나 만성질환의 위험도 높다. 따라서 단순히 체조나 운동을 하는 수준이 아니라, 의학적 지식과 생활습관 교육을 접목한 통합적 건강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지역 의료기관과 연계해 주기적인 건강 모니터링을 병행하거나, 보조기기 사용법을 재교육하는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 복지관은 더 이상 단순한 여가 공간이 아니라, 건강과 재활을 동시에 책임지는 생활 거점이 되어야 한다.

정서적 고립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노년 장애인은 가정 안에서는 부양의 대상으로, 사회 안에서는 참여의 기회를 잃은 존재로 전락하기 쉽다. 이는 자존감의 상실로 이어지고 우울증이나 사회적 위축을 낳는다. 따라서 복지관과 단체는 노년 장애인의 정서적 회복과 사회적 연결망 형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미술·음악·문학을 통한 자기 표현, 또래 집단과의 교류, 세대 간 소통을 장려하는 프로그램은 단순한 취미 활동을 넘어 ‘존재의 확인’으로 이어진다. 장애인 노년층이 ‘아직 사회와 연결되어 있고, 여전히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감각을 되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야말로 복지관의 중요한 임무가 될 것이다.

이때 접근성 보장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노년 장애인은 이동이 쉽지 않다. 따라서 지역 밀착형 교육과 가까운 공간에서의 모임이 절실하다. 복지관이 원거리 이동을 요구하는 구조라면 참여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한 온라인 접근 방식도 병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전환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기초적인 디지털 교육과 보조 장비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큰 글씨 교재, 쉬운 설명, 적절한 수업 시간 배분 등도 노년 학습자의 특성을 고려한 필수 요소다. 이는 선택적 배려가 아니라 권리를 보장하는 행위다.

프로그램 기획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사자의 목소리다. 오랫동안 복지관과 단체의 프로그램은 ‘전문가가 짜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노년 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은 오히려 당사자의 욕구를 면밀히 조사하고 반영할 때 성공할 수 있다.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불필요한지는 현장에서 살아가는 장애인 노년층이 가장 잘 알고 있다. 당사자와 함께 기획하고 운영하는 구조로의 전환은 필수적이다.

더 나아가 프로그램은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열린 구조로 설계되어야 한다. 노년 장애인을 따로 떼어 놓는 방식은 오히려 고립을 심화시킬 수 있다. 세대 간 교류, 비장애인과의 공동 활동, 마을 공동체 참여 등은 노년 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시민’임을 경험하게 한다. 복지관과 단체는 이제 울타리를 넘어 지역 사회와 연결되는 가교의 역할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존엄과 자율성의 보장은 어떤 프로그램보다 중요하다. 나이가 든 장애인은 쉽게 ‘보호의 대상’으로만 취급되기 쉽다. 그러나 프로그램은 그들을 수동적 존재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주체로 세워야 한다. 교육 방식도 주입식 강의보다는 참여형, 체험형, 토론형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 또한 의료, 복지, 문화예술, 상담 등 다양한 전문가가 협력해 종합적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한 기관이나 한 영역의 힘만으로는 복합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사회적 비용 절감이라는 효과도 가져온다. 교육을 통해 건강을 관리하면 의료비 부담이 줄고, 사회적 참여가 늘어나면 복지 의존도도 낮아진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노년 장애인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존중받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기여한다는 점이다. 결국 복지관과 단체가 노년 장애인을 위해 새로운 길을 열어간다는 것은 단순한 서비스 제공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장애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에 대한 선언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복지관과 장애인단체는 청년기 중심의 활동에 익숙해 있었다. 그러나 세월은 흘렀고, 이제는 그 대상자들이 나이를 먹으며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이 변화를 외면한다면 기관돠 단체 등에서 난립하는 프로그램들은 시대에 뒤처지고 당사자들의 삶과 괴리될 것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프로그램의 재구성, 접근 방식의 변화, 그리고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다. 장애인의 노년을 단순히 보호해야 할 부담으로 보지 않고, 여전히 배움과 참여, 존중의 주체로 바라보는 사회. 그 속에서 복지관과 단체는 새로운 역할을 찾아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노년 장애인이 소외되지 않고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 전체가 함께 준비하는 일이다.

*이 글은 김양희 님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편집국(02-792-7166)으로 전화 연락을 주시면 안내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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