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서인환 칼럼니스트】 우리 주변에는 CCTV가 참으로 많다. 대부분 CCTV가 설치된 곳에는 ‘CCTV 촬영 중’이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몰래 촬영해야 확실한 증거를 채집할 수 있는데, 촬영한다거나 CCTV가 설치됨을 공개적으로 알린다. 범인을 잡는 것보다 예방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차량에 GPS 추적기가 설치되어 있음을 알리는 스티커도 있다. 이 역시 차량 절도를 막기 위해 차량 추적기를 설치하였음을 알려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차량은 집 안에 들고 들어갈 수 없다. 그러므로 운행을 정지한 차량은 CCTV가 있는 주차장이나 차고에서는 보호를 받을 수 있을지 몰라도 어디든지 가야 하는 차량은 주차나 정차하는 곳이 너무 다양하니 추적기를 설치하는 것이다. 추적기는 차량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한 기능만 있어 교통사고에서의 시비를 가리거나 주변의 필요한 증거를 채집하기 위해 블랙박스를 설치하기도 하는데, 블랙박스 불빛이 깜박이고 있어 설치되어 있음을 알 수도 있지만, ‘블랙박스 작동 중’이라는 스티커를 추가로 붙이기도 한다.
주변에 자신이 장애인임을 알리고 싶지 않은 분들이 있다. 그런 분들도 장애인주차장을 피하지는 않는다. 장애인주차장에 차를 대면 주변 사람들이 장애인이 살고 있다는 존재가 금방 소문날 것이다. 하지만 부정적 시선에 맞서는 데에 걱정이 없기도 하고, 장애인의 주차 혜택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당당히 장애인임이 알려지는 것에 잠정적 동의를 해야하는 것이다. 이왕 장애인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하고 누가 알아볼까 봐 바로 내리지 않고 아무도 없는 순간을 기다려 내리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장애는 알려져야 한다.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청각장애인이 사는 집에 벨소리도 듣지 못하는데 등기우편물을 들고 온 집배원이 그냥 돌아가서 반송했다면 장애인이 거주하는 것을 알지 못한 집배원을 원망해봤자 책임을 물을 수도 없고, 서러워해도 소용이 없다. 문에 ‘이 집에는 청각장애인이 삽니다. 문을 두드리거나 벨을 눌러도 알지 못합니다’라는 문구를 스티커로 제작하여 붙여 둔다면 집배원은 이해는 되었지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몰라 당황하게 될 것이다.
벨을 누르면 깜빡이는 불이 켜진다거나, 다른 방식의 알림 기술을 이용한 홈스마트 보조기기가 설치되어 있다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라면 굳이 청각장애인이 집에 있다는 것을 알릴 필요도 없을 것이다. ‘청각장애인 집입니다. 벨 대신 문자를 보내주세요’라고 스티커를 붙이고 전화번호를 써 둔다면 집배원이 그냥 돌아가는 것은 방지할 수 있으나 개인정보가 공개되는 문제가 생긴다.
이런 문제들을 고려, 스티커를 이용해 장애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은 필요하다. 우리 주변에는 알리지는 않고 몰라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화를 내거나 원망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의 경우를 보면 적극적으로 자신이 필요한 요구를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알리고 협조를 요청했음에도 고려해 주지 않으면 그 사람이 잘못한 것이다. 알리지 않았다면 그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나의 잘못인 것이다. 우리의 문화에는 알아서 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은근히 바라는 기대가 있다.
장애인임을 알리는 외국의 사례. ©서인환
먼저 외국 차량의 스티커들을 보자. 차량용을 먼저, 그리고 주택용을 보여준다. 설명은 좌에서 우로 가면서 번호를 붙이고 있다.
1) 장애인차량으로 GPS 추적기 작동 중.
2) 차량 후면으로 휠체어 내리는 슬로프가 설치되어 있으니 공간을 확보해 주세요.
3) 휠체어 접근 공간 요청함.
4) 이 차량은 휠체어 탑승공간 필요함.
5) 장애인 운전자가 문을 활짝 열 수 있도록 가까이 붙여서 주차하지 말아 주세요.
6) 휠체어 접근이 필요합니다. 너무 가까이 붙여서 주차하지 말아 주세요.
7) 우리가 잡히면 너는 청각장애인이고, 나는 영어를 못해. : 이 스티커는 유머 스티커로 사용했지만 장애인 비하 논란에 휩싸여 지금은 사용하지 않음.
8) 청각장애인 차량 : 청각장애인 마크를 차량에서 보기는 쉽지 않다. 청각장애인 스티커는 경찰청에서 베포를 한다. 외국에서는 청각장애 마크 외에 ‘사랑합니다’ 수어 마크를 병행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구어를 사용하는지 수어를 사용하는지 알리기 위함이다.
9) 장애인 거주. 배달원님, 응답이 지연될 수 있으니 인내를 요청합니다. 영업 방문자나 광고방문자(Cold Callers)는 방문을 삼가해 주세요.
우리의 경우 장애인 차량에 장애인 마크(미국에서는 장애인 마크라고 하지 않고 블루 마크라고 부른다)는 반드시 부착한다. 그래야만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이나 장애인주차장 이용 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휠체어가 후면에서 승하차를 하는지, 운전자가 휠체어를 가지고 내리는지의 정보는 다른 사람들은 알 수 없다.
장애인주차장의 너비가 일반적인 주차장보다 폭이 넓으니 별 문제가 없을 수는 있지만, 아파트의 경우 건축한 지가 오래되었다면 장애인 마크를 주차장에 그려 놓기는 해도 폭이 확보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리고 장애인 주차장 후면에 짐을 쌓아놓아 후면으로 휠체어를 내리지 못하는 경우나 운전자가 휠체어를 가지고 승하차할 공간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장애인주차장이 모두 꽉 차서 비장애인 공간에 하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거지에 장애인 마크와 당부의 말을 스티커를 붙여서 협조를 구하는 것 역시 이웃과 소통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발달장애인이 아파트에서 소음을 일으켜 이웃으로부터 항의를 받고서 장애인이 있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핑계처럼 들릴 수 있다. 미리 장애인이 거주함을 알리고 소음이 생길 수 있음에 이해를 구하고 감사하다고 표현하는 스티커를 붙인다면 이웃의 태도는 더욱 친화적이지 않을까 한다. 항의하러 왔다가 문의 스티커를 본다면 얼굴을 붉히거나 민망해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의 경우도 누군가 방문했을 때 기다리는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됨을 알리는 것 역시 어쩌면 장애인의 에티켓이 아닐까 싶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스티커를 장애인들에게 온라인 쇼핑물에서 팔고 있다.
우리도 장애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이웃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이해와 협조를 요구하는 것은 이웃과의 소통과 지역사회에서의 자립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일일 것이다. 조금더 당당하게 조금 더 적극적으로 자신을 알리고 이해를 요청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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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 ![]() | 관리자 | 700 | 2024년 5월 23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