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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학생에게 “진로 묻기 전에, 삶 설계할 기회 먼저 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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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학생을 포함한 모든 학생에게 “진로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은 종종 너무 이른 것이거나, 혹은 지나치게 추상적이다. 특히 학교 현장에서 이 질문은 특정 직업을 선택하도록 유도하거나, 기능적 기술 훈련의 범주 안에 갇히기 쉬운 질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그들에게 충분히 물어보았는가? “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요?” “당신에게 의미 있는 하루는 어떤 모습인가요?”라는 질문 말이다. 진로를 묻기 전에, 우리는 먼저 그들이 삶을 설계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

현재의 특수교육 시스템은 진로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직업교육 중심의 협소한 관점에 머무르고 있다. 학생들이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싶은지를 탐색하기보다는, 기능 중심의 직업 훈련으로 진로 지도를 대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마치 장애 학생에게는 ‘삶’이 아니라 ‘일’만이 유일한 사회참여의 수단인 것처럼 인식되는 것이다. 그러나 진로란 단지 생계를 위한 직업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진로는 곧 삶의 방향이며, 삶에서 무엇을 소중히 여기고 싶은지에 대한 자기표현의 과정이다.

문제는, 장애 학생에게는 이 자기표현과 삶의 방향성을 탐색할 시간이 매우 부족하다는 점이다. 중·고등학교 시기부터 현장실습이나 직업 전환 교육에 투입되면서, ‘무엇이 되고 싶은가’가 아니라 ‘어떤 일이 가능한가’에 초점이 맞춰지는 경향이 강하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진로 선택이 ‘개인의 희망이나 흥미’가 아니라, 제공되는 한정된 선택지 중에서 무엇이 덜 위험한가를 기준으로 결정되는 경험을 반복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와 같은 경향이 단지 실무적 한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통념 속에 깊게 뿌리내려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장애 학생에게 여전히 ‘현실적인 목표’를 강요하며, 그들의 꿈이나 상상은 ‘비현실적’이라며 조용히 지워버리곤 한다. 그렇게 꿈꾸는 능력 자체를 잃어버리게 되는 순간, 진로는 선택이 아닌 수동적 배치로 전락하게 된다.

따라서 장애 학생에게 필요한 진로교육은, 무엇보다 먼저 삶을 설계해볼 수 있는 시간과 자원, 그리고 상상력의 권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예술, 여행, 사람들과의 만남, 다양한 직업 세계를 직접 경험해보는 일상 속에서 그들은 자기 삶의 단서를 발견하고, 점차 자신만의 삶의 궤도를 그려갈 수 있다. 이 과정에는 정답이 없으며, 오히려 모색의 시간 자체가 교육의 본질이 된다.

이를 위해 학교는 학생 개개인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개별화교육계획(IEP) 회의에서 당사자의 목소리를 중심에 두고, 교사와 부모는 학생의 관심사와 열정을 길어 올리는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이 학생은 어떤 직업이 적합한가’가 아니라, ‘이 학생은 어떤 삶을 꿈꾸고 있는가’를 묻는 전환이 요구된다.

장애 학생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진로 자체가 아니라, 진로를 상상할 수 있는 삶의 기반이다. 삶의 경험이 쌓이고, 자율적 탐색의 기회가 주어질 때 비로소 진로는 구체적 가능성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진로를 말하기 전에, 먼저 삶의 방향을 말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그들에게 허락해야 한다. 그때 비로소, 진로는 선택이 아닌 주체적인 결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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