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조현대 칼럼니스트】저소득 중증 장애인들의 숨통을 틔워주는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의 내년도 기준이 결정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31일 제77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중생보위)를 열고 2026년 기준 중위소득과 기초생활보장 급여별 수급자 선정기준 및 최저보장수준을 심의 및 의결했다.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는 기준중위소득 32%를 상한으로 받는데, 먼저 내년 1인 가구 생계급여는 올해 76만5444원에서 82만556원으로 5만5112원(7.2%) 증가했다. 2인 가구의 경우 올해 125만8451원에서 내년 134만3773원으로 8만5322원(6.78%) 늘었다. 3인 가구는 160만8113원→171만4892원으로 10만6779원(6.64%) 인상됐다.
중생보위 위원장인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번 위원회에서는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을 인상하는 동시에, 급여별로 의미 있는 제도개선과 급여 수준 향상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급속하게 오르는 밥상 물가에 비하면 이번 인상액은 저소득 중증 장애인들의 숨통을 틔워주기엔 턱없이 모자라 보인다. 시민사회단체 역시 기준 중위소득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랐음에도 현실과 괴리가 크다고 지적한다.
빈곤사회연대는 "2024년 1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은 321만원이었는데, 이번에 역대급으로 인상했음에도 내년도 1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이 256만원이라는 현실은 복지 기준선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를 방증한다"고 꼬집으며 "이 격차가 해소되지 않는 것은 복지부의 정책 실패이며 중생보위는 격차 해소를 위한 추가 인상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자가 만난 중증 장애인들 역시 이번 중생보위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선정 기준에 많은 걱정을 드러냈다. 1인 가구 생계급여가 5만5112원밖에 늘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올해 남은 기간과 내년에 빠르게 물가가 상승할 경우 제대로 된 생활을 이어가기 어려워서다.
생계급여가 줄어들수록 저소득 중증 장애인들은 포기해야 할 게 많아진다. 균형 잡힌 식생활은 물론이고 사회적 관계도 끊어야만 그나마 생활이 가능해진다. 빈곤사회연대 등 시민단체가 오랫동안 기준중위소득 현실화를 요구해 온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실제로 용인에 사는 55세 시각장애인 지인은 이번 생계급여로 내년까지 어떻게 어머니와 함께 생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보였다.
도곡동에 사는 시각장애인 후배도 1인가구 82만원으로 치솟는 밥상 물가와 비급여 의료비를 어떻게 충당할지 걱정스러워했다.
또 다른 걱정이 남아있다. 바로 언제 도입될지 모르는 의료급여 정률제다. 가양동에 사는 한 의료급여 수급자인 후배는 아파도 병원을 잘 찾지 않는다. 혹시나 모를 비급여 발생으로 막대한 비용이 청구될지 몰라 두렵기 때문이다. 최근 한 치과에서 임플란트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치료하지 않은 채 집으로 돌아왔다. 역시 비용 부담 때문이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건강보험심사 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비급여 진료비 자료에 따르면 치과 임플란트 올세라믹 전국 평균 시술비는 1치당 139만2448원이었다. 이미 많은 약자가 의료 이용을 포기하는 이같은 실에서, 정률제 도입은 더욱더 치료받기를 주저하게 만들어 결국 건강권 저해로 이어질 위험성도 있다.
우리 사회가 으레 사용하는 '사각지대 해소'가 공허한 단어로 느껴지는 요즘이다. 제도 효능감을 개선하려는 노력조차 보이지 않는 듯해 나의 미래는 물론이고 국가에 대한 불신과 두려움은 더욱 커진다.
흔히 사회는 제도의 지속성을 운운하며, 복지재정 축소의 필요성을 주장하지만, 이는 결국 사회 전체의 총비용만 늘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제도를 훼손하고, 이용자와의 신뢰를 깨트리면서까지 제도는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