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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센터 '시설화' 논란 속에 자립생활의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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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4일, 부산 해운대 아르피나유스호스텔 그랜드 볼륨에서는 뜨거운 논쟁이 펼쳐지고 있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맹(이하 한자총)과 한국장애인연맹(DPI KOREA) 주최로 열린 이번 토론회는 ‘IL센터의 시설화란 유엔CRPD에 역행하는 차별과 배제의 서막인가?’라는 도발적인 주제로, 전국 장애인 활동가 및 단체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해 열기를 더했다. 이는 올해 7월부터 시행된 개정 장애인복지법(장애인자립생활지원시설 신설)에 대한 자립생활 현장의 깊은 우려와 반발을 고스란히 담아낸 자리였다.

IL센터 시설화 맞서 자립생활운동전국연대회의 발대 선언

이날 토론회에 앞서 “자립생활운동전국연대회” 발대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자립생활은 권리이며, 시설화는 차별”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이번 시설화 정책은 전국의 장애인 당사자의 합의 없이 추진된 인권의 문제이자 차별의 재생산을 초래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국회와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시설화’ 정책이 IL센터의 역사적 배경, 즉 장애인 당사자들이 스스로 만든 운동의 결실이라는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발대 선언문과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전국의 “자립생활운동전국연대회”의 활동가들이 손에 손을 잡고 “이 땅의 모든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존엄한 주체로 살아갈 그 날까지 우리의 투쟁은 멈추지 않을 것”을 결의했다.

IL센터 본질 훼손 위험에 따른 시설화의 쟁점들

우주형 나사렛대학교 인간재활학과 교수는 “IL센터의 장애인복지시설화에 따른 향후 과제와 연대 모색”이라는 발제를 통해 논란의 핵심을 짚었다. 우 교수는 IL센터가 1972년 미국 버클리센터를 모델로 한 사회운동단체이자 서비스 기관의 ‘이중성’을 태생적으로 지니고 있음을 설명하며, 현행 법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시설화 찬성 측은 운영비 안정과 직원 처우 개선 및 서비스 강화를 주장하고 있어 질적인 부분에서 나아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우 교수는 이것이 자립생활 이념의 본질을 훼손할 위험이 크며, UNCRPD 제19조(자립생활 및 지역사회 통합)의 정신에 반한다고 볼 수 있고 행정적 통제가 강화되면 IL센터 고유의 운동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시설화 반대 측의 우려를 덧붙였다. 그러나 첨예한 대립보다는 양면을 아우를 수 있는 연대의 모색이 필요한 시점임을 강조했다.

통제 강화는 당사자성 약화의 길

이어진 토론에서는 네 명의 패널이 자립생활센터의 정체성과 미래에 대한 깊이 있는 견해를 밝혔다.

이영석 한국장애인연맹(DPI KOREA) 회장은 CRPD 제19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시설화는 탈시설화 운동을 후퇴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IL센터가 제19조의 권리를 현장에서 실현하는 핵심 주체임에도, 현재의 법적 지위 규정은 유엔 최종권고에 반하는 정책이라며 재설계를 촉구했다.

김창화 구로나눔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표는 ‘행정·법적 통제 시대 IL센터의 자율성·독립성·대표성, 그리고 당사자의 운동성은 어떻게 보장될 것인가?’를 주제로 정부의 관리 강화가 센터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궁극적으로 장애인 당사자성의 약화를 초래한다고 비판하며, 장애인복지법 제54조(자립생활센터)와 제58조(자립생활지원시설)를 이원화하고 각각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최창현 밝은내일IL종합지원센터 대표는 시설화는 IL센터가 “운동성을 잃어버려 제2의 복지관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그는 IL센터란 “운동성과 자율성을 지닌 산토끼를 잡아다가 길들여진 집토끼로 만들지 않도록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당사자들의 운동과 투쟁이라는 고유의 성질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중규 한국사회복지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정부의 미온적인 예산 태도를 비판하며, 장애계 내부의 ‘치킨 게임’을 중단하고 문제 해결 중심의 자세로 폭넓게 연대해 제도적 조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IL센터 시설화가 현실이 된 만큼, 법 제54조와 제58조의 조화를 통한 '투 트랙' 접근 방식을 현실적인 과제로 제시했다.

토론자들은 공통적으로 IL센터 시설화가 예산 동결과 불투명한 회계 관리를 명분으로 추진되었지만, 이는 활동지원 서비스와 자립생활센터 기능을 혼동한 결과이며, 신생 센터 난립을 막는다는 주장은 또한 기득권 유지를 위한 회유책에 불과하다는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IL이념의 상실 아닌, 연대와 합의에 의한 자립생활의 길

좌장을 맡은 이태성 한자총 정책위원장은 총평에서 시설화가 현실이 된 상황에서 IL센터의 정체성 유지와 재정 안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책임 있는 자세로 IL센터와 IL시설에 대한 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려 법 개정의 취지를 살리고, 현장의 주체들은 지향점이 다를지라도 연대하여 공존·공생하는 지혜의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결론을 맺었다.

하지만 이번 토론회에서 목도 했듯이, IL센터의 ‘시설화’ 정책은 자칫 재정적 안정을 얻는 대가로 UNCRPD 제19조가 보장하는 장애인의 자립생활 및 지역사회 통합 원칙에 역행할 위험이 매우 큽다. 장애인 당사자 주도의 운동으로 탄생한 IL센터가 정부의 행정 통제 아래 놓이게 되면, 고유의 정체성인 ‘당사자주의’와 ‘운동성’을 상실하고 그저 또 하나의 행정 대행 기관, 즉 ‘제2의 복지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현장의 우려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시설화는 단순한 행정의 효율성을 넘어, 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자율성, 그리고 인권의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이는 장애인 당사자의 자조와 연대로 만들어낸 풀뿌리 조직의 싹을 잘라버리는 결과를 낳게 되는 자충수를 두게 될 것이다. 정부는 재정적 지원의 근거를 마련하되, 센터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통제 장치가 되지 않도록 제도적 안전장치부터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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