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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만 믿고 ‘부동산’ 구입, 파산 위기에 몰린 시각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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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뉴스 서인환 칼럼니스트】정ㅇㅇ 씨는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목회 활동과 장애인복지 관련 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사무실 주변에서 분양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이 홍보차 사무실에 찾아와 알게 된 사람으로부터 솔깃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역세권에 매우 투자 가치도 높고 실속 있는 복합상가를 짓는데, 대기업에서 짓는 것이며, 은행에서 구입비의 90퍼센트를 대출해 주니 계약금만 자부담하면 건물주가 된다는 말이었다.

사무실 임대료가 늘 부담이었던 정 씨는 자가 사무실을 가질 기회라는 생각을 했다. 10퍼센트만 자부담하면 입주가 가능하다는 말에 분양신청을 했다. 근린생활시설 분양계약은 3층 307호로 151.8 제곱미터 규모였고 계약금(계약금의 10퍼센트)은 1억 1900만 원이었다.

2022년 초 계약해 3년간 건물주가 된다는 꿈에 부풀어 지냈고, 4차례의 중도금 4억 7600만원은 입주자 단체대출이 되어 납부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잔금은 입주지정일에 내도록 계약을 했는데, 분양사무실에서 스마트폰으로 9월 28일 입주지정일로 정하고 오는 10월 말까지는 연체이자 없이 잔금 납부가 가능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연체료가 부과된다는 문자가 왔다. 잔금(계약금의 50퍼센트)을 내기 위한 금융 대출은 개인대출이므로 개인별로 알아서 은행과 상의하라는 내용도 있었다.

정 씨는 잔금을 대출받고자 은행 문턱을 드나들었으나 개인 대출은 불가하다는 답변밖에 들을 수 없었다. 분양사무실에 90퍼센트 대출이 된다고 해 놓고 왜 대출이 안 되느냐고 문의하자, 처음에는 대출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잘 좀 알아보라고 하더니 나중에는 언제 90퍼센트 대출이 된다고 했느냐며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녹음이 되어 있다고 하자 “‘307호 입주자 정 씨에게 90퍼센트 대출이 된다’라고 정확히 꼭 찍어서 말하지는 않았지 않느냐”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었다.

입주는 준공허가가 나오고 내부 시공과 주차장 시공 등이 완전히 마무리된 상태라야 가능하다. 입주가 아직 될 수 있도록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음에도 입주지정일을 정하여 통보한 것은 계약서 때문이다. 7월이 입주 예정일이며 입주 예정일로부터 3개월 후인 10월이 지나면 ‘을’인 입주자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조건이 계약서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정 씨는 잔금 5억 5950만원을 마련할 방법이 없다. 잔금까지 대출이 된다는 말만 믿었던 것이다. 잔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계약금을 날리는 것은 물론 대출한 중도금까지 빚으로 떠안으면서 건물은 남의 것이 되어 버릴 것이다.

정 씨는 시각장애인으로 계약 당시 계약서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다. 계약서의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하거나 읽어주지 않고 분양을 축하한다는 말만 듣고 도장을 맡겼다. 계약서는 시공사가 A건설 주식회사이고, 수탁자는 B신탁, 매도인은(갑)은 C개발로 되어 있다. A건설이 B신탁에 건물을 담보하여 공사비를 대출, 입주자의 돈으로 갚는 방식이고 C개발이 분양계약을 맡고 있다.

분양 알선을 한 사람은 이 분양 물건은 워낙 인기가 높아 언제든지 전매가 가능하므로 투자 가치도 높고, 분양 대금을 내기 어렵거나 대출이자가 부담되면 전매하면 되니 걱정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법적으로 전매권을 인정할 뿐이지,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어 전매에 응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계약서를 살펴보니 2조 3항에 ‘을’의 계약 해지 조건이 나와 있었다. 분양 예정일로부터 3개월이 지나 입주지정일이 정해지면 해지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입주지정일은 실제 입주 가능한 날이어야 하는데, 이 조건으로 인해 무리하게 입주지정일을 서둘러 정했을 뿐, 실제 지정일을 정할 만큼 공사가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두 번째 해지 조건으로 계약 목적물의 하자가 중대한 경우이다. 정 씨는 계약 당시 면적만 표기된 계약서를 받았다. 다른 계약자들은 도면을 첨부해서 받았다는 것을 후에 알게 되었다. 도면이 없었으므로 창틀 형태, 벽이나 기둥의 모양, 복도 형태 등을 전혀 알지 못했다. 도면 정보가 제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근에 건축물에 가 보니 벽에는 돌출된 기둥이 있었고, 사무실 구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무실로 사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았던 것이다.

세 번째 해지 조건은 분양 광고 등을 통해 계약의 내용이 된 사항과 실제 건축물과의 현저한 차이가 있을 경우이다. ‘광고 등’은 분양 광고지 내용만이 아니라 말로 한 약속이나 장담한 말도 포함되는 것이며, ‘계약의 내용’은 계약서의 내용이 아니라 계약의 전반적인 내용을 의미하는 것이고, ‘실제 건축물의 차이’는 도면이나 건축물의 물리적 하자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물 관련 모든 조건을 지칭하는 것이라면 해지의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 씨가 잔금 마련이 불가능해서 빚더미에 올라앉을 처지에 이른 것이 억울하다며 부디 계약금과 중도금을 돌려주고 계약을 해지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눈을 보지 못하는 것을 죽을 만큼 후회한 적은 처음이라고 한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 제15조에는 재화와 용역 등의 제공에 있어 비장애인과 동등하지 않은 편익 제공을 금하고 있으며, 재화와 용역 제공자는 장애인이 재화와 용역 이용에 있어 이익을 얻을 기회를 박탈해서는 아니 된다고 정하고 있다. 계약 당시 내용을 읽어주거나 점자 문서로 확인시켜 주지 않은 것은 차별행위이다. 도면 등 건축물에 대한 상세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것 역시 차별행위이다.

그리고 건축물 매수에 필요한 비용의 90퍼센트를 대출받는 것을 보장한다는 과대광고는 사기에 해당하고, 언제든지 전매가 가능하므로 팔아버리기만 해도 은행 융자에 대한 부담도 없다는 말 역시 실제 전매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부동산 시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사기라고 정 씨는 주장한다.

장애인의 인권이란 학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권리 행사와 보장을 의미한다. 하지만 재화와 용역에서의 정보제공이나 재산권의 보호와 볼 수 없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야 하는 시각장애인의 현실에서 인권을 보호하는 장치는 전무하다. 더 이상 발 디딜 공간이 없을 때 장애인은 하지 말아야 할 불행한 최후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절박한 무수한 사건들을 떠올리는 일들이 이제는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자체 사무실을 갖게 되었다는 부푼 마음 3년, 빚에 쫓기며 신불자로서 사회로부터 아무런 인정도 없이 숨죽여 죄인 아닌 죄인으로 지내야 하는 것은 앞으로 30년이 될 것 같다며 정 씨는 눈물을 보였다.

빚만 내 것이요, 사무실은 남의 것이 될 사무실은 전면 유리여서 열에너지 효율이 낮으며, 돌출 기둥이 있어 면적 전부의 활용도가 낮은데, 이러한 구조에 대한 정보는 전혀 제공받지 못한 상태에서 계약이 되었다고 정 씨는 주장하며 울분을 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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